오늘 공각기동대(1995)를 다시 봤습니다. 공각기동대는 정말 보면 볼수록 얻어가는게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되네요. 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땐 자의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해당 영화를 종교적으로 해석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영화 <공각기동대>의 줄거리 및 정보
작품 속 세상은 기업의 네트워크가 별을 뒤덮고 전자와 빛이 온 누리를 누비는 미래를 배경으로 둡니다. 겉만 보기에는 휘황찬란한 세상이지만 기술이 만들어내는 탁월함이 원인이였을까요? 영화는 발전해가는 세상과는 반비례의 관계를 가진 듯 인간들은 능동성을 거세당하고 오히려 그것에 종속 되어버렸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가르키는 일명 '고스트'가 해킹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요. 이를 통해 타인의 기억을 왜곡시키고 국제적 테러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인형사'라는 인물이 해당 사건의 용의자로 밝혀집니다. 외교상 일어나는 국제 범죄,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뉴포트의 정보 기관 6과 '쿠사나기 소령'과 그녀를 중심으로한 9과, 일명 '공각기동대'라 불리우는 이들이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고스트 해킹과 관련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은 스스로의 영혼이라 말할 수 있는 고스트에 대한 고뇌를 하기 시작합니다. 존재에 관해 고뇌하던 쿠사나기 소령은 영화의 러닝타임이 막바지에 다달았을 즈음 인형사라는 인물이 정보의 바닷 속에서 탄생한 신인류임을 알게 되고 광대한 네트 속에서 미지의 존재와 합일를 권하는 신인류의 뜻에 동참하게 되죠. 이렇게 초월적 존재와 합일을 꿈꾸는 듯 한 연출과 함께 쿠사나기 소령은 ''네트는 광대해''라는 대사를 남기며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 세상 속에서도 철저히 본인만을 위한 존재가 되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공각기동대의 감독 <오시이 마모루> 소개
이 영화의 감독 오시이 마모루는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중 한 분으로, 1951년 도쿄다 오타 구에서 태어나 영화 감독이라는 꿈을 지닌 채 도쿄학예대학에 입학해 16mm 카메라로 단편영화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SF장르 덕후였던 그는 당시의 일본 특촬물들을 모두 설렵했다는 얘기가 있으며, 영화를 너무 사랑한 탓에 영화를 보느라 학교에 나가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의 영화 시장이 SF영화를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터라 방황하던 그는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에이스를 노려라' 극장판을 본 이후 상당한 충격을 받으며 "이것은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후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동을 하던 그는 해당 영화 '공각기동대'를 통해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공각기동대 안에 잠재된 철학적 사유와 사고방식에 열광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이후 그는 공각기동대의 후속편인 '이노센스'을 연출하게 됩니다. 또한 일본의 영화 회사 '프로덕션 I.G'와의 계약을 통해 '인랑'이라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었죠. 현재 이 '인랑'이라는 작품은 그 작품성을 인정 받아 몇 차례 실사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의 연출적 특징은 "표현이 어긋난다면 재미는 보장되지 않는다." 라는 것을 지론으로 삼아 영상 표현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영화 속 심리 묘사에 관해서도 각본보다는 연출을 통해 전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나의 느낀 점
저는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이 작품이 우리로 하여금 미지의 세상에 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의도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의도는 인간의 기억을 외부에 저장할 수 있게 되고, 그런 정보의 바닷속에서 탄생한 신인류가 초월적 존재와의 합일을 희망하다는 점에서 부각되었죠. 과거의 사건에 집착하는 모든 종교의 특성과는 달리 과거를 버리고 미래만을 바라보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SF장르에 신선한 호흡을 불어 넣었다는 점에서 혁신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복잡하게 발전해가는 이 시대에 내 의식은 과연 어디에 존재하며 무엇으로 인식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으로 ''아마 점점 물질만을 추구하는 이 세상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지는 않을까?'' 라는 되물음이 제 머릿속을 빙빙 맴돌 뿐이였죠. 하지만 이것이 진실이라면 저는 더욱 '믿음'이라는 것을 갈구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존재와 의식에 관한 의문이 "모든 것은 물질이다." 라는 유물론적 결론에 가까워 질수록 제 마음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숭고한 정신을 갈구하게 되더군요. 이러한 끌림이 있기에 인간은 특별하고, 또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에 있어 물질만으로 환원되기엔 아까운 존재라는 생각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 내엔 성경 구절을 차용한 대사가 종종 등장하는데 그 중 "우리가 이제는 거울을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라는 고린도전서 13장 12절 말씀이 이 작품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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